2011년 9월 28일 수요일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다.

2011.9.27. 화. 맑음.

1.
방사선 치료 이틀째다. 총 30회를 받기로 했는데, 지난 주 설계를 하고 틀을 만들었다. 앞으로 주중엔 매일 매일 병원으로 출근을 해서 5-10정도 방사선을 쪼이게 된다. 30분이상 고개를 돌리고, 손을 올린자세로 틀이 굳기를 기다리는 데 팔이 저려왔다. 방사선 기사분께서 보라색잉크로 치료받을 부위에 선을 그어주신다. 목과 왼쪽 수술받은 부위 전반에.
 이 병원으로 오게된 후 방사선치료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이전에 겨드랑이 림프절에 있던 종양조직이 항암치료로 다 없어졌으나, 처음에 림프절로 전이가 됐었기 때문에 수술부위뿐아니라 목에도 방사선을  쬐기로 결정이 되었다.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인것이다.
방사선 치료는 항암치료보다는 아직까지는 수월하다. 방사선 피부염 방지를 위해 처방해 주신 크림을 바르고 있다.
문제는 손등혈관이다 그동안 항암주사를 맞느라 고생한 혈관이 지난 주 CT촬영때 갑자기 발사(자동으로 기계가 뿜어내니 이 표현이 맞겠다.)된 조영제 때문에 통증과 함께 딱딱하게 뭉쳐버렸다. 확진을 받고 CT를 여러번 찍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간호사 분께 CT 조영제 투여를 사람이 하면 안될까요 물어봤는데, 매번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환자들에게 말도 걸어주고 천천히 들어가게 하면 훨씬 인간적일것 같은데...불가능한일일까? ...
암튼 혈관이 잘 안잡혀서 채혈할때 고생 좀 하게 생겼다ㅠ

2.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내년에 복학을 할 수 있을까? 아빠는 건강을 되찾기전까지 학업을 미루는게 나을것 같다고 하시지만.. 하나님은 어떻게 하길 원하실까? 아프고 나서는 내가 세웠던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You know better than I. 주님의 인도하심에 맡긴다. 나의 모든 인생의 시간표를.

3. 학교에서 광화문 생명의 말씀사로 이동했다.
'그 청년 바보의사'라는 책을 집어 들고 읽는데 코끝이 찡하다. 집에 와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몇해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안수현이라는 청년의사가 주님의 손과 발이되어 환자들과 영혼들을 돌보았던 모습에 내 삶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꼬 아줌마의 책 두권을 엄청 저렴하게 건졌다. 한권은 단돈 3,500원. 아! 행복해라. 절판된 오래된 책들을 찾으면 나는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야꼬 아줌마도 암투병을 하셨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그분의 일기들을 찬찬히 읽어봐야 겠다.
K목사님의 설교집과 엄마께 드릴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성가CD,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줄 달란트를 구입했다.

2011년 9월 21일 수요일

오히려 내가 받는 은혜가 크다.

2011.9.18. 주일.

1.
아침에 예배를 드리러 올라가는 길에 저 멀리 교회 창문으로 수환이가 나를 알아보고 반긴다. 점점 더 가까이 가니 교회 현관에서 나를 반기며 신발을 신고 "성생님~~!"하면서 뛰어나온다. 우리 주님도 성도들을 이렇게 맞아 주시겠지?
집에 내려와서 이곳 주일학교를 섬기면서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오히려 내가 아이들을 보면서 받는 은혜가 크다. 나를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랑스런 아이들. 어느날은 수환이가 포크레인이 갖고 싶다고 하길래 미니카 세트를 사다주었더니, 그 다음주에는 조용히 오더니  "선생님, 스파이더맨" 이라고 속삭인다. 아주 얼토당토 않은 것이 아니면 사주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우리 하나님도 성도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런 기분이실까? 자꾸자꾸 주님의 귀에 속삭이면 그분의 뜻에 어긋나지 않으면 주시는 분이신 것이다. ㅎㅎ
 오늘은 주일학교 공과시간에 "백화점왕 존워너메이커"의 이야기를 동화로 들려주었다.  우리 아이들도 워너메이커처럼 성경을 사랑하고, 자기가 가진 것을 기쁨으로 주님께 드리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해주시길 기도드렸다.
지난번 구입한 색칠성경이 유용하다. 내용도 바르고 쉽게 잘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읽어도 은혜가 된다. 혜선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질문에 대답도 잘 하고 태도도 좋다. 깨끗한 심령에 하나님의 말씀이 단단히 심기길. 아직 통제가 안되는 다섯살, 일곱살 우리 귀염둥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간식시간보다 성경말씀시간을 기다리게 할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2.
어제 학생, 청년회 예배에는 목사님,사모님을 포함하여 8명이 모였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두었다. 시작은 미약하나 심긴 씨앗이 열매를 맺게 될 날을 꿈꾼다.

받은 위로로써 다른이에게...

2011.9.17. 토. 맑음.

어제 알게된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방사선 치료를 오늘 세번째 받는 날이라고 했다.  만약 내가 그날 의무기록을 떼고 탈의실 의자에 앉지 않았더라면 못만났을뻔 했다. 나는 다른병원으로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뭔가 하나님의 인도하심인것 같아 앞으로의 만남이 기대가 된다.
그간의 치료의 어려움들, 우리만이 알수 있는 경험등을 얘기하면서 진작 알았더라면 서로 의지가 되었을텐데 했다.
친구의 어머니도 그동안 건강했던 딸이 병을 얻게 돼 충격이 크셨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신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시지만, 같은 처지의 친구로 부터 받는 위로는 특별하다.

"우리의 모든 환난 중에서 우리를 위로하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 받는 위로로써 모든 환난 중에 있는 자들을 능히 위로하게 하시는 이시로다" 고린도후서 1:4

이번 당한일이 다른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들을 위로하는 데 쓰일 수 있다면 좋겠다.

친구의 긴머리 가발이 잘 어울렸다.

수술중에 지켜주신 하나님

2011. 9.16.금. 맑음.

1.
9월인데도 더운날씨다.
오늘은 외과와 방사선과 외래가 있었다.
치료실에서 주사기로 물을 빼주셨는데,더이상 물(피)가 나오지 않았다.
갱년기 증상, 치과 진료에 대해 주치의 샘과 상의 후, 항호르몬 치료제인 놀바덱스 3개월치를 처방해 주셨다.
2월에 있을 검사를 예약하고, 방사선종양학과로 갔다.
방사선과 간호사 선생님이 세브란스 방사선 기계 교체로 당분간 신환은 못받는다고하면서 다른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밟아 준다고 했다.
처음엔 좀 당황했다. 항암하고, 수술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싶은게 대부분의 환자의 마음일꺼다. 그러다가 잠깐 의자에 앉아서 기도했다. 하나님의 뜻이 계시다면 병원과 선생님도 순적하게 인도해 주시도록 말이다.
의무기록을 떼러 갔는데, 방사선치료 탈의실앞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났다. 나와 거의 같은 시기에 확진을 받고 항암, 수술, 방사선 치료를 하는 중이다. 친구의 어머니가 외래 복도에서 나를 본적이 있다고 했다. 당신 딸과 비슷한 또래인것 같아 말을 거실까 하다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말을 안붙이셨다고 한다. 진작 알았더라면 치료의 과정중에 서로 지지가 되었을텐데. 친구는 자기 식구들만 투병중인것을 안다고 했다. 내 경우엔 동네방네 다 기도를 부탁하고 알렸기 때문에 오히려 정서적인 지지를 많은 받은 편이다.
친구를 내일 만나기로 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귀한 사귐이 되면 좋겠다.

이대목동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집과 거리가 제일 가까운곳으로.
방사선 치료의 과정이 순적하게 잘 되면 좋겠다.
의무기록을 봤다.
종양크기도 처음에 3.8cm에서 1.2까지 줄어있었다는 기록.
수술기록에서
".. the patient tolerated well during all the procedures, and then was sent to the recovery room in good conditions." 라고 적혀있는데 하나님께서 마취상태로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동안에 지켜주신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주님의 사랑에 감격할 수 밖에 없다.


2.  내일은  학생회, 청년예배가 다시 시작하는 날이다. 오랫동안 무너져 있던 것이었는데
다시 세우게 되어 정말 감사하다. 기도에 응답하신 주님.
교회도 회복이 되고,
나도 속히 완치가 되었음 한다. 머리카락이 다시 나듯이 말이다.
뒷통수는 머리카락이 꽤 자라나고 있다.
밤송이 처럼 올라오는 머리카락이 반갑고 정겹다.
얼른 자라다오.

수술 후 첫 외래진료를 하고.

2011.8.26.Fri.

수술 후 첫 외래진료가 있어서 아침에 엄마가 수술부위에 물이 닿지 않게 물수건으로 몸 구석구석을 닦아 주셨다. 욕실 거울에 비친 모녀의 모습에 왠지 마음이 뭉클하다. 택시를 타고 세브란스로 가는길에 기사님이 모자를 쓴 내 모습을 보시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하신다. 알고보니 기사님 아내분도 유방암치료를 얼마전까지 받으시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다고 하시며 위로해 주신다.

외과 주치의 선생님께서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하시면서 부분절제를했으니 앞으로 방사선 치료와 항호르몬 치료를 치료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하신다. 수술 후 떼어낸 조직에서 암세포가 완전히 없어졌을 경우 재발률이 거의 없다고 하여 내심 기대를 했었는데 조금은 남아 있었다고 한다. 그래도 처음 진단시 병기는 2-3기였는데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했을때는 1기 정도로 종양크기가 줄었다고 코디네이터 샘이 말씀해 주셨다. 쉽지 않았던 항암의 기간을 보상받는것같아 감사했다. 통계적 수치보다 하나님의 뜻이 우선이니 , 그분께 맡겨드리면서 향후 치료도 인도함 받길원한다.
그동안 주님께서 붙들어 주신거지만 잘 견뎌준 몸, 세포, 혈관들에 고맙다고 인사했다. 주치의 샘께서 수술 부위와 림프절을 제거하고 심어놓은 헤모백의 배액량 체크한것을 보시더니 오늘 수술부위 실밥도 뽑고 배액통도 빼자고 하신다. 전공의 샘이 실밥과 헤모백을 빼주셨는데 조금 따끔했지 생각만큼 아프지 않았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코디네이터 선생님으로부터 항호르몬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 설명을 듣고 채혈을 하고 방사선 종양학과 외래 예약을 하고 집으로 내려왔다. 
상처가 아물면 방사선 치료를 시작해서 매일 5분정도 28회에서 33회 정도 치료를 받게 된다. 약 한달반 가량. 항호르몬 치료는 5년동안 여성호르몬을 억제시키는 약을 먹는 것과 2년간 매달 복부에 주사를 맞는 두가지 방법이 표준적인 치료방법인데 한가지만 할지 두가지를 병행할지는 주치의 선생님 판단하에 환자에게 맞는 것을 적용한다고 한다. 주사맞는것은 벌써부터 꾀가 난다ㅠ. 하나님 주치의 선생님께 지혜와 판단력 주셔서 저에게 맞는 치료법을 쓰게 해 주세요.
항암을 시작하고 생리가 끊기고 안면홍조 등 폐경기 증상이 나타난지 꽤 되었다. 항호르몬 치료를 받는 동안은 갱년기 증상들을 피해갈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항암치료와 수술이 끝나서 마음이 훨씬 가볍다.
앞으로의 치료과정도 하나님께 맡기고 잘 감당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