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내 인생의 마지막 항암이 되길 바라며...(8차 항암을 마치고)

2011.7.28.목.

하늘에 구멍이 뚫렸다.  우리 집은 괜찮지만 서울 강남쪽과 경기북부쪽은 피해가 심하다. 노아의 홍수 때 연일 비가  오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그 두려움이 나에게도 어렴풋이 전해져 온다.

어제(7.27)는 드디어 마지막 8차 항암주사를 맞았다. 이교수님께서도 그동안 담담히 잘 견뎌냈다며 칭찬해 주시고 항암주사실 간호사 언니도 내 일처럼 기뻐하며 안아주고 싶다고 하셨다. 무엇보다 엄마가 항암을 맞는동안 침대맡에서 잘견뎌내줘서 고맙다고 하신다. 새벽기도때는 날 위해 기도할때 하나님께서 그렇게 눈물을 주시더라고.. 지금까지 평안함 가운데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린다.

외과 교수님을 만나 앞으로의 수술계획에 대해 들었다. 아쉽게도 8월중순에 안식년으로 미국으로 가신다고 하여 다른 교수님께서 수술을 집도하실것 같다. 아마도 8월 18일쯤 수술을 하게 될듯. 촉진을 하시더니 아직 덩어리가 조금 남아있다며 부분절제를 할지 전절제를 할지는 열어봐야 안다고 하신다.
마지막 항암제가 효과를 나타내어 암세포가  점점 작아지고 소멸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번이 내 인생의 마지막 항암치료가 되길 기도한다.

항암주사실에는 여러개의 병상이 주욱 놓여있고 환자들은 링거로 항암주사를 맞는다. 대부분 1~2시간 이상.  어떤 분은 책을 보시기도 하고 TV를 보시기도 하고 보호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시기도한다. 대부분은 잠을 청하신다. 내 앞서서  5-6살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항암주사를 맞는것을 보았다. "안녕!"하고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나도 이렇게 안타까운데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잘 이겨내서 건강하게 자라나길..

왼쪽 가슴에 딱딱한 것이 만져지던 그날. 불현듯 스쳐지나갔던 두려움. 그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병원 소파에서 결과를 기다리며 드렸던 기도. 기도원으로 달려가 1박 2일을 지내면서 알게된 노(老)권사님들의 위로와 같이 방을 쓰던 성도님들께서 기도해 주셨던 기억. 금요철야 예배때 목사님께서 전해주셨던 하박국 3:17-18절 말씀. 심령에 주셨던 위로와 주님의 붙드심. 첫 항암치료를 하면서 입원실에서 만났던 환우들. 때마다 찾아와 주고 연락해 주는 지체들. 가족들, 친족들, 이웃들.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분들. 새벽기도때마다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시는 목사님과 교회 성도님들. 또 멀리서 기도해 주시는 분들까지. 8차 항암치료의 과정까지 돌아볼때, 하나님께서 나같은 사람을 이렇게 선대하시는가.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은혜를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까.

제 삶을 다 드려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게 해주세요.
모난 것들, 부족한 것들 뚜드려 고쳐 주시고 진실하게 주님과 이웃들을 섬기게 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2011년 7월 21일 목요일

내일 일은 난 몰라요

2011.7.21. 목요일
 
이번주 주일학교 공과활동을 하는데 혜미가 거무스름한 내 손톱이 이상했나보다. 손톱에 검은 색 매니큐어를 칠했냐고 물어본다. 일곱 살 수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 모자(비니)를 벗어보세요” 한다. 내가 안된다고 하니 까까머리냐고 물어본다. ㅠㅜ “응 선생님 머리가 짧아서 모자 쓰고 다니는거야” 라고 얼버무렸다.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관찰력도 뛰어나다.
처음 확진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 계획을 들으면서 이 교수님께서 유방암 항암제는 100% 탈모가 발생한다고 괜히 질질 짜지 말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머리카락이 나니까 쿨하게 넘기자고 말씀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3주후 2차 항암을 앞두고 두피가 좀 아프기 시작하더니 베게에 솔솔 머리카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쿨하게 넘기자고 생각했으면서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그 즈음 어느날 밤에는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는 꿈을 꾸었다. 한번 빠지기 시작하더니 사정없이 빠지기 시작했다. 옷에 떨어져서 따갑고 방이나 거실에도 머리카락이 나뒹굴어서 부모님께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미는게 어떻냐고 하셨다. 1차로 긴머리를 자르고 짧은 단발머리 상태였지만 워낙 숱이 많았던 터라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머리를 감을때도 엉키게 되어 결국에는 2차 항암을 하러 올라가는 길에 교회 언니 미용실에 들러 다른 손님들이 안보는 특실(?)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밀었다. 교회 언니가 위로를 해 주시려고 하는건지 머리깎은 모습이 예쁘다고 해 주셨다. 난 내 얼굴이 타조알 같아서 웃고 말았다.
2차 항암을 하기전날 남대문 시장에 들러 예쁜 단발머리 가발을 샀다. 다음날 손 교수님이 보시더니 원래 내 머리 같다며 잘 어울린다고 비싼걸로 했냐며 미소지으시며 물어보신다. 4만 5천원 주고 산 것 치고는 성공했다. ㅎㅎ 봄에는 가발 위에다 모자도 쓰고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더워서 고이 모셔놓고 비니만 쓰고 다닌다.
박수경 선생님이 쓰신 책(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에도 나와있지만 정말 옷이 날개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날개다!“ 옷을 고를 때도 비니나 모자와 어울리는 옷을 찾기가 어렵고, 원피스나 정장은 입어도 스타일이 안산다::
그래도 아직 눈썹과 속눈썹은 조금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결혼도 안한 나의 한쪽 가슴을 잃게 된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고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할수 있을까, 아이는 가질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일일은 난몰라요” 주님께 맡겨버렸다. 그랬더니 평안함을 주신다.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잃은 지금의 모습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속사람은 주님보시기에 어떨까? 만약 이번 어려움을 통해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나의 속사람을 단장한다면 이 일은 내 삶에 축복일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 편의점 집사님의 말씀처럼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신다는 것. 나만의 착각일 지도 모르지만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런 “특별 대우”를 해 주신다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혼날 때  빨리 알아듣는 자식처럼 나도 주님의 뜻을 얼른 헤아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고쳐지고 그분께서 쓰시기에 좋은 그릇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2011년 7월 12일 화요일

찾아와 격려해 주시는 이웃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Dear all,

이렇게 찾아와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셔서 좀 놀래긴했어요^^: 블로그 댓글달기에 문제가 있어서 한참 만에 이렇게 감사의 글을 남깁니다.) oldman님의 이웃분들이신 것 같은데, 눈물이 핑돌정도로 위로가 큰 힘이 됩니다. 일일이 찾아뵙지 못하지만, 이렇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oldman님께도, 그리고 공간을 넘어서서 성도의 교제를 허락하시는 주님께도 감사와 찬송을 드립니다.

황은주 드림.

2011년 7월 7일 목요일

큰딸래미 노릇을 잘 하자(7차 항암을 마치고)

어제(2011.7.6.수)는 7차 항암이 있어서 그저께 상경하여 치료를 받았다.
지난번 보다는 주사 맞기가 수월했다. 막대 사탕을 입에 물었더니 주사약 냄새도 덜 나고, 주사 맞는 동안 MP3로 설교 말씀을 듣기도 하고 잠깐 눈을 붙이기도 했더니, 2시간이 그래도 지난번 보다는 금방지나갔다. 모두 주변분들의 기도와 하나님께서 붙들어 주신 덕분이다. 이제 3주간 부작용들을 견뎌내면 마지막 항암 주사를 맞게 된다.
임상연구간호사께서 검사 계획 페이퍼를 줬는데 '마지막 항암' 이라는 글귀를 보고 엄마와 같이 기분이 좋아졌다.
확진을 받고 언제 치료를 받을까 했었는데, 이제 마지막 항암을 남겨두고 있는것이다. 평안함 가운데 인도해 주신 주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수현 교수님께서도 다른 환자들보다 얼굴도 밝고 잘 견뎌내고 있다고 격려해주셨다.
엄마가 옆에서 주일학교도 하고 새벽기도도 나간다고 부가 멘트를 막 날려주시니(--::_ 교수님도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것 같다고 하신다.
이대로 잘 견뎌낸다면 3주뒤 마지막 항암을 하고 외과 주치의 선생님과 만나 수술계획에 대해 설명을 듣고, 수술 받기전 몸을 체크할 것이다. 얼마만큼 항암치료 효과가 있었는지 촬영을 하고, 초음파를 하고, 심장스캔, 임상검체채취, 전신PET-CT도 찍고, 그리고 쿵쾅쿵쾅 소리가 나는 MRI 기게에 들어가 30분동안 엎드린 자세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시편 23편을 외우면서 찬송도 하고 기도도 하고 있을것이다.(처음 MRI를 찍으면서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그 짧지 않은 시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다. 성경 암송을 많이 해두어야 겠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 cycle 동안은 밥먹는게 조금 힘들어서 밥대신 빵을 먹고 수박만 먹어 댔더니 부모님이 속상하셨나 보다.
이번에는 때맞춰 밥먹으라고 하실때 잭각잭각 일어나 맛있게 먹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야지.

나이 서른한살.  다시 대학원 공부를 시작하려고 등록을 마친 시점. 부모님은 큰딸이 공부를 하면서 평범하게 가정을 이루고 살것이라고 생각하셨을텐데, 갑자기 그동안 건강했던 딸이 암확진을 받았다는 소식에 충격이 크셨다고 한다.
사실 나도 그날 확진을 받고 기도원으로 달려가서 하나님께서 왜 이런 시련을 주실까 울면서 기도했을때도 부모님 생각에 더 많은 눈물을 흘렸던 것 같다.
동생도 한달동안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언니가 병을 얻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고 한다.
자식된 도리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하면서도 때로는 엄마, 아빠께 상처를 주는 말을 할때가 있다.
이제 더욱 사랑해드리고 말도 잘 듣는 딸이 되어야지.
그리도 치료의 과정도 잘 감당해서 기쁨을 드려야지.
하나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다는 고백을 드린다.

너는 무엇을 위해 부르짖느냐

"너의 병낫기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의 몸(예수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이 병들어가고 쇠퇴할때 너는 그렇게 울며 내게 부르짖었느냐"

몇일 전 새벽예배에서 최근 부임하신 이후로 일어난 성도들끼리의 문제로 교회에 어려움이 있어 목사님께서 성도들에게 권면하시며 주의 말씀을 따라 책망하시던 말씀을 듣고 기도하는 중에 주님께서 나에게 물으셨다.

그리고 또한 이 물은은,
참된 말씀 성경의 가르침으로 부터, 그 본질로 부터 멀어져 부패하고 있는 한국교회와 이 시대의 교회에 대하여 기도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심기를 원하시는 주님의 요청이기도 했다.

암 덩어리가 몸에서 자라 점점 육신을 병들게 하고 결국에는 죽음에 까지 이르게 하는것에 대해 우리 인간들은 두려워한다.
그런데 더 무섭고 두려운일은 우리 주님의 교회가 쇠퇴하는것이다.
그럴때 노아의 시대와 같이, 또 소돔과 고모라때와 같이 주님의 심판이 있게 되는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거룩한 교회에 속한 성도로서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삶을 살아 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2011.7.7.木) 조선일보에 동성결혼, 정자기증 등으로 가족의 개념이 바뀌어 지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다. 또한 몇해 전부터 TV 공중파 에서는 인기있는 연예인들을 내세워 혼전 동거를 부추기는 가상 결혼 프로그램등을 내보내고 있다. 이것이 우리 청소년들뿐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우리 성도들이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거대한 세속의 물결에 휩쓸려 가게 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회 단체 및 정부는 여러 정책을 가지고 뒷문을 막아보려고 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아이들과 청소년 교육을 바로 함으로써 후에 드는 노력과 비용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일학교 교육이 있다. 학교 공교육도 무너져 가고 보편적 아름다운 가치들이 무너져 가는 이 시대에 바른 하나님의 말씀으로 아이들을 교육한다면 그 씨앗이 심겨져 열매맺을 것을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이일을 시작하기로했다.
나에게 맡겨주신 영혼들에게.
주님의 도우심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