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21일 목요일

내일 일은 난 몰라요

2011.7.21. 목요일
 
이번주 주일학교 공과활동을 하는데 혜미가 거무스름한 내 손톱이 이상했나보다. 손톱에 검은 색 매니큐어를 칠했냐고 물어본다. 일곱 살 수민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선생님 모자(비니)를 벗어보세요” 한다. 내가 안된다고 하니 까까머리냐고 물어본다. ㅠㅜ “응 선생님 머리가 짧아서 모자 쓰고 다니는거야” 라고 얼버무렸다. 아이들은 호기심도 많고 관찰력도 뛰어나다.
처음 확진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서 항암치료 계획을 들으면서 이 교수님께서 유방암 항암제는 100% 탈모가 발생한다고 괜히 질질 짜지 말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머리카락이 나니까 쿨하게 넘기자고 말씀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3주후 2차 항암을 앞두고 두피가 좀 아프기 시작하더니 베게에 솔솔 머리카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쿨하게 넘기자고 생각했으면서도 신경이 많이 쓰였는지 그 즈음 어느날 밤에는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는 꿈을 꾸었다. 한번 빠지기 시작하더니 사정없이 빠지기 시작했다. 옷에 떨어져서 따갑고 방이나 거실에도 머리카락이 나뒹굴어서 부모님께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미는게 어떻냐고 하셨다. 1차로 긴머리를 자르고 짧은 단발머리 상태였지만 워낙 숱이 많았던 터라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머리를 감을때도 엉키게 되어 결국에는 2차 항암을 하러 올라가는 길에 교회 언니 미용실에 들러 다른 손님들이 안보는 특실(?)에서 시원하게 머리를 밀었다. 교회 언니가 위로를 해 주시려고 하는건지 머리깎은 모습이 예쁘다고 해 주셨다. 난 내 얼굴이 타조알 같아서 웃고 말았다.
2차 항암을 하기전날 남대문 시장에 들러 예쁜 단발머리 가발을 샀다. 다음날 손 교수님이 보시더니 원래 내 머리 같다며 잘 어울린다고 비싼걸로 했냐며 미소지으시며 물어보신다. 4만 5천원 주고 산 것 치고는 성공했다. ㅎㅎ 봄에는 가발 위에다 모자도 쓰고 다니고 했는데 지금은 너무 더워서 고이 모셔놓고 비니만 쓰고 다닌다.
박수경 선생님이 쓰신 책(한쪽가슴으로 사랑하기)에도 나와있지만 정말 옷이 날개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날개다!“ 옷을 고를 때도 비니나 모자와 어울리는 옷을 찾기가 어렵고, 원피스나 정장은 입어도 스타일이 안산다::
그래도 아직 눈썹과 속눈썹은 조금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처음에는 결혼도 안한 나의 한쪽 가슴을 잃게 된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고 누군가를 만나 결혼을 할수 있을까, 아이는 가질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해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내일일은 난몰라요” 주님께 맡겨버렸다. 그랬더니 평안함을 주신다. 여성으로서 아름다움을 잃은 지금의 모습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나의 속사람은 주님보시기에 어떨까? 만약 이번 어려움을 통해 주님과 더욱 가까워지고 나의 속사람을 단장한다면 이 일은 내 삶에 축복일 것이다.
 
얼마 전 우연히 얘기를 나누게 된 편의점 집사님의 말씀처럼 사랑하시는 자를 징계하신다는 것. 나만의 착각일 지도 모르지만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이런 “특별 대우”를 해 주신다고 믿기로 했다.
그리고 혼날 때  빨리 알아듣는 자식처럼 나도 주님의 뜻을 얼른 헤아려 나의 부족한 부분들이 고쳐지고 그분께서 쓰시기에 좋은 그릇으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댓글 3개:

  1.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속사람인 자매님의 믿음이 겉사람인 저를 많이 부끄럽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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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도 Oldman 님의 작은 친구입니다
    하늘에 계신 친구인 주님이 항시 들려주시는 소리가 있는데
    그 소린 늘 이렇습니다 "이제 오는가?!"
    오래 전부터 주님의 도우심과 거두어가심을 경험하던 삶에서 본 주님은 참으로 놀라우신 분이셨고 이십니다
    친 누님같았던 처형과 많이 아끼던 후배는 췌장암 말기와 후천성 급성 백혈병으로 마지막 자리에 섰었지요
    기도가 많은 이들의 기도가 두 사람을 병에서 일어서게 했었지요 기도의 놀라운 힘을 경험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배는 무균실에 들어갈 때마다 믿음이 없던 때였지만
    메일로 매일 보내던 기도문을 깨끗하게 소독을 해 지니고 있었답니다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주님은 우리의 믿음을 보신다는 사실입니다
    은주 자매님
    삶이 모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를 생각하시기를
    오늘 나에 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게 다가오는지를 알게 하시려는 하늘의 손길이 그렇게 나에게 머물러 자리하고 계심을 알아 주시기를
    이쁜 머리결을 날리며 분신처럼 여기며 사랑해 주는 이와
    파란 잎들이 찰랑이는 가로수길을 꼭 걷게 될 것입니다
    축복은 그렇게 구름속에 햇살처럼 언뜻거리며 비추어 올 것입니다 자매님의 목소리는 단단하며 분명한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나에게 다가서 계시는 주님의 향기가 깊고 분명하게 보이심에 감사드립니다
    살기 위해 드리는 기도와 고통이 높이를 알 수 없는 벽을 세울 때도 주님을 찾는 기도는 그것을 넘곤 합니다
    은주 자매님의 밝은 마음이 그 모든 어려움을 거두게 할 것이란 믿음이 자리합니다 기도드리겠습니다 오늘 소식을 전한 마음으로 기도를 시작합니다 다 나은 은주님의 모습을 떠 올리고 있습니다 한 번도 주님은 기도의 약속을 어기신 일이 없답니다 늘 우리가 약속을 어기곤 하지요
    은주 자매님 기도하는 이 손길들을 기억해 주시기를
    씩씩하게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내일 일 우린 모르지요 아는 것이 있다면 하나
    주님의 더 씩씩하신 발걸음이 앞에 자리하는 것
    아침마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크게 웃습니다 자주자주 아주 자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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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겨자씨님,Brian님,
    그리고 얼굴도 알지 못하는 저에게 마음써주시고 기도해 주시는 이웃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덕분에 잘 이겨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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