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일 수요일

Recovery

2011.11.2. 수. 맑음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하천가에는 갈대가 하얗게 덮여있다.
아, 정말 가을인가 보다.

오늘 쯤엔 왼쪽발목의 깁스를 풀게 될줄 알았는데,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아직 붓기가 덜 가라앉았다고 금요일쯤 풀자고 하신다. 그날 차에서 내릴때 왜 갑자기 넘어지게 됐는지. 하필 인대가 늘어날게 뭐람ㅠ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30년동안 별 사고 없이 살아왔던 것이 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라 고백하게 된다. 만약 주님의 붙드시는 손길이없다면 지금의 나도 없는 것이다.

이제 방사선 치료는 다음주면 끝난다. 그동안 수술부위와 목주변에 쬐던 방사선을, 원래 발병했던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다시 설계를 했다. 차갑고 딱딱한 치료대에 누워, 두손을 위로 고정하고  숨죽이며 방사선을 쪼이면서 기도한다.
"하나님, 몸에 있는 암세포가 소멸하게 해주세요" 하고.
아직 수술 부위는 딱딱하고,방사선을 쪼인 부위는  거무스름하다.

허리뼈가 계속 아픈것이 신경이 쓰인다. X-ray상에서는 큰문제는 없는것 같다고 하시는데, 계속 아프면 뼈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신다. 일주일째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것 같아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하나님께 다 맡긴다고 했지만, 암생존자로서 사는 동안 재발이나 다른 장기나 뼈로의 전이에 대한 신경을 아주 끄고 살수는 없는일인것 같다. 더구나 젊은 여성의 유방암 재발률은  꽤 높기 때문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8월에 전신PET-CT 찍었을때 문제가 없었으니 크게 염려는 말라고 하신다. 다시 한번 나의 짐을 주께.


검고 찌글찌글했던 손톱이 분홍색 새손톱으로 예쁘게 나오고 있고, 속눈썹도 자라나고 있다. 까맣게 머리카락도 올라오고 있다. 엄마가 중학생같다고 하신다. 회복이란 이런것일까? 소망이란 이런것일까?
얼마 전, 그러니까 다리를 다치기 전, 병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리는데, 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 달리는 것을 느끼고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랄까.  삶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홍전 목사님의 '기도에 대하여'를 다시 읽고 있다.
최근 기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정리가 돼 가는 것 같다.
목사님의 강설은 깊은 산속의 맑은 샘물과 같이 나의 영혼을 만족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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