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 4일 수요일

공감 그리고 눈물

2011.5.4. 화

어제(5.3.)는 아침일찍부터 서둘러 엄마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암센터에서 채혈을 하고 본관 유방암클리닉으로 이동해서 기다리는 동안 은정언니가 왔다. 그리고 은실이, 현희,윤경이까지.. 우리 팀원들이 얼굴을 보고싶다고 찾아온것이다. 약 3개월만의 만남이다. 이른 시간인데도 멀리서부터와준 지체들이 정말 귀하고 고마웠다.
투병을 하면서 가족, 친척들, 친구들 그리고 기도해 주는 교회 성도들이 큰 힘이 된다.

외래 진료를 보면서 교수님께 이번 텀은 복부통증이 심해서 힘들었다고 했더니, 좀 더 강한 진통제를 처방해 주시고 산부인과 협진을 의뢰해 주셔서 초음파검사를 했다. 검사결과는 자궁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아마도 배란통인것 같다고 3개월후에 초음파를 다시 보자고 하셨다.

산부인과 진료를 마치고 의자에 앉아 수납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분홍색 가운을 입은 아주머니가 옆에 계셨다. 분홍색가운은 유방암 검진을 받을때 입는 옷이라 아주머니께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어디까지 치료를 받으셨는지.. 한쪽에있던 암이 다른쪽에도 전이가 되어 치료 절차를 밟으시는 중이라고 하셨다. 병원에 들어오게 되면 환자들끼리는 서로 정서적으로 지지도 되고 정보도 교환하게 된다. 내가결혼도 안한 아가씨 인걸 아시고 내 어깨를 감싸고 눈물을 흘리신다. 당신은 이제 60세를 넘으셔서 괜찮지만 나의 처지를 안타깝게 보시고 눈물을 흘리신것이다.
때로는 공감의 눈물이 정서적으로 큰 위로가 될때가 있다.
아주머니께 완치되시길 바란다. 힘내시라. 그리고 예수님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고 자리를 떠났다.

다시 암센터로 이동해서 외래 항암주사실에서 혈압을 재고, 체온을 쟀다.
정상이다.
약이 준비될 동안 엄마와 고모는 말씀을 나누시고 나는 창밖으로 보이는 연두빛 나무들을 바라보았다.
싱그러운 연두빛 나뭇잎들이 나에게 소망을 준다.

오늘로써 빨간약은 끝이다. 간호사 언니가 능숙하게 정맥혈관을 찾아 약을 투여한다. 벌써 몸이 알아차리고 반응을 한다. 신경도 예민해진다. 입에 사탕을 물고 있으니 좀 나은것 같다.
다음5차 항암부터는 주치의 선생님이 바뀌게 된다. 손교수님께서 미국연수를 가셔서 처음 병원입원했을때 나에게 항암치료 계획을 설명해 주시던 이교수님으로 바뀌게 된다. 그러면서 임상시험도 같이 진행한다. 임상시험을 통해 다른 유방암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거니까 수락했다.
이번 약은 약 10분동안 주사기 몇대로 투여를 받으면 됐지만, 5차부터는 2시간정도 링거 주사를 맞게 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바뀌는 약이 부작용이 덜하다는 얘기가 있어서 희망을 가져본다.

엄마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는 한숨 자니 좀 나아진다.

이제 3주동안 큰 부작용없이 잘 감당하길 기도드린다.
그동안 다른 환자분들보다 큰 탈 없이 잘 온것이 모두 주님의 은혜이고, 주변에 기도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특히 새벽기도때 지권사님께서 목사님기도 다음으로 나를 빠뜨리지 않고 기도해 주시는것. 정말 황송하고 감사하다. 이번 치료차 서울로 오기전에도 집으로 오셔서 힘을 주셨다. 성도들의 기도와 사랑을 받게 해주시니 주님의 은혜에 정말 감사드린다.

3개월이 지났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은,
이번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주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가.
그리고 더욱 주님과 가까워지는 것이다.

하나님, 저를 주님의 뜻대로 사용해 주세요.
욥의 고백처럼 정금같이 나오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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