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5일 금요일

월동준비

세번째 털모자를 완성했다. 이번엔 방울도 달았다. 머리카락이 어느정도 자랐기때문에 가발을 벗어 던지고 모자를 쓰니 간편하다. 두번째 모자는 동생에게 선사했다. 치료기간동안 힘이 되어준 동생에게 정말 고맙다.
사랑해 동상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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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일 수요일

Recovery

2011.11.2. 수. 맑음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하천가에는 갈대가 하얗게 덮여있다.
아, 정말 가을인가 보다.

오늘 쯤엔 왼쪽발목의 깁스를 풀게 될줄 알았는데, 정형외과 선생님께서 아직 붓기가 덜 가라앉았다고 금요일쯤 풀자고 하신다. 그날 차에서 내릴때 왜 갑자기 넘어지게 됐는지. 하필 인대가 늘어날게 뭐람ㅠㅜ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30년동안 별 사고 없이 살아왔던 것이 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이라 고백하게 된다. 만약 주님의 붙드시는 손길이없다면 지금의 나도 없는 것이다.

이제 방사선 치료는 다음주면 끝난다. 그동안 수술부위와 목주변에 쬐던 방사선을, 원래 발병했던 부분에만 집중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다시 설계를 했다. 차갑고 딱딱한 치료대에 누워, 두손을 위로 고정하고  숨죽이며 방사선을 쪼이면서 기도한다.
"하나님, 몸에 있는 암세포가 소멸하게 해주세요" 하고.
아직 수술 부위는 딱딱하고,방사선을 쪼인 부위는  거무스름하다.

허리뼈가 계속 아픈것이 신경이 쓰인다. X-ray상에서는 큰문제는 없는것 같다고 하시는데, 계속 아프면 뼈사진을 찍어보자고 하신다. 일주일째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나아지지 않는것 같아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하나님께 다 맡긴다고 했지만, 암생존자로서 사는 동안 재발이나 다른 장기나 뼈로의 전이에 대한 신경을 아주 끄고 살수는 없는일인것 같다. 더구나 젊은 여성의 유방암 재발률은  꽤 높기 때문이다. 주치의 선생님은  8월에 전신PET-CT 찍었을때 문제가 없었으니 크게 염려는 말라고 하신다. 다시 한번 나의 짐을 주께.


검고 찌글찌글했던 손톱이 분홍색 새손톱으로 예쁘게 나오고 있고, 속눈썹도 자라나고 있다. 까맣게 머리카락도 올라오고 있다. 엄마가 중학생같다고 하신다. 회복이란 이런것일까? 소망이란 이런것일까?
얼마 전, 그러니까 다리를 다치기 전, 병원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달리는데, 치료를 시작한 이후로 처음 달리는 것을 느끼고는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살아 있다는 느낌이랄까.  삶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김홍전 목사님의 '기도에 대하여'를 다시 읽고 있다.
최근 기도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었는데, 정리가 돼 가는 것 같다.
목사님의 강설은 깊은 산속의 맑은 샘물과 같이 나의 영혼을 만족케 한다.

2011년 10월 23일 일요일

하나님의 절묘한 타이밍

오늘부터 교회에서 부흥회가 열린다.매일 아침일찍 병원에 가야하는 나로서는 금요일이나 토요일 여주로 내려왔다가 주일저녁에 서울로 올라가는 생활을 하는터라 부흥회에 참석못하는것을 아쉬워하고있었다. 그런데 오늘 낮예배마치고 집에왔는데 병원에서 전화가왔다. 방사선기계가 지난금요일부터 문제가있어서 부품수리를 하느라 내일은 치료가없다는!죄송하다는 연락. 전화를 받는내내 하나님께서 뭔가 조처를 취하신것같아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엄마가 들으시더니 하나님께서 너를 많이 사랑하시나보다 하신다 ㅎ
주님 주실은혜가 엄청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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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8일 화요일

그날이 되면

향이를 만났다.
치료를 시작하면서부터 매주 만나서 같이 공부하는 것을 그만하게 되었었다.
안그래도 수시 원서를 잘 넣었는지 궁금하던 차였는데,
얼마 전  "샘, 저 합격했어요" 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내왔는데 얼마나 기쁘던지.
향이는 통일이 되면 북한으로 다시 가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 북한은 병원이 거의 없어서 남한에서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이지만 그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고 했다.
통일의 그날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그날을 위해 우리 같이 노력하자고 했다.
만약 내가 복학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같은 캠퍼스를 밟게 될것이다.


2. 백혈구 수치가 괜찮아서, 독감주사를 맞았다.
매일 1시간씩 산을 오르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는 않지만, 맑은 공기도 마시고 생각도 하고.
집근처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다니...

2011년 9월 28일 수요일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다.

2011.9.27. 화. 맑음.

1.
방사선 치료 이틀째다. 총 30회를 받기로 했는데, 지난 주 설계를 하고 틀을 만들었다. 앞으로 주중엔 매일 매일 병원으로 출근을 해서 5-10정도 방사선을 쪼이게 된다. 30분이상 고개를 돌리고, 손을 올린자세로 틀이 굳기를 기다리는 데 팔이 저려왔다. 방사선 기사분께서 보라색잉크로 치료받을 부위에 선을 그어주신다. 목과 왼쪽 수술받은 부위 전반에.
 이 병원으로 오게된 후 방사선치료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이전에 겨드랑이 림프절에 있던 종양조직이 항암치료로 다 없어졌으나, 처음에 림프절로 전이가 됐었기 때문에 수술부위뿐아니라 목에도 방사선을  쬐기로 결정이 되었다. 앞으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편인것이다.
방사선 치료는 항암치료보다는 아직까지는 수월하다. 방사선 피부염 방지를 위해 처방해 주신 크림을 바르고 있다.
문제는 손등혈관이다 그동안 항암주사를 맞느라 고생한 혈관이 지난 주 CT촬영때 갑자기 발사(자동으로 기계가 뿜어내니 이 표현이 맞겠다.)된 조영제 때문에 통증과 함께 딱딱하게 뭉쳐버렸다. 확진을 받고 CT를 여러번 찍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간호사 분께 CT 조영제 투여를 사람이 하면 안될까요 물어봤는데, 매번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환자들에게 말도 걸어주고 천천히 들어가게 하면 훨씬 인간적일것 같은데...불가능한일일까? ...
암튼 혈관이 잘 안잡혀서 채혈할때 고생 좀 하게 생겼다ㅠ

2.
방사선 치료를 마치고  학교에 볼일이 있어서 발걸음을 옮겼다. 내년에 복학을 할 수 있을까? 아빠는 건강을 되찾기전까지 학업을 미루는게 나을것 같다고 하시지만.. 하나님은 어떻게 하길 원하실까? 아프고 나서는 내가 세웠던 계획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You know better than I. 주님의 인도하심에 맡긴다. 나의 모든 인생의 시간표를.

3. 학교에서 광화문 생명의 말씀사로 이동했다.
'그 청년 바보의사'라는 책을 집어 들고 읽는데 코끝이 찡하다. 집에 와서 단숨에 읽어버렸다. 몇해 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안수현이라는 청년의사가 주님의 손과 발이되어 환자들과 영혼들을 돌보았던 모습에 내 삶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서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미우라 아야꼬 아줌마의 책 두권을 엄청 저렴하게 건졌다. 한권은 단돈 3,500원. 아! 행복해라. 절판된 오래된 책들을 찾으면 나는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야꼬 아줌마도 암투병을 하셨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그분의 일기들을 찬찬히 읽어봐야 겠다.
K목사님의 설교집과 엄마께 드릴 서울모테트합창단의 성가CD, 주일학교 아이들에게 줄 달란트를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