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12일 금요일

주님의 저울 앞에서

2011.8.6. 토요일
주님의 저울 앞에서.
어제 너무 더운 탓이었는지 잠을 설쳤다. 새벽에 화장실에 가려고 깼다가 두통도 좀 있고 다시 잠이 오지 않아 눈만 멀뚱 멀뚱 뜨고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혹시 하나님께서 기도하라고 하시는건가? 생각이 들어 시계를 보니 3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 지금쯤 수련회에 가 있을 서울 교회 청년부들은 말씀을 듣고 있거나 기도회를 하고 있을 시간일텐데 하는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5시가 새벽예배 시작이라 원래는 4시 반에 일어나서 엄마랑 같이 나오는데 3시 40분쯤 곁에서 주무시는 엄마한테 먼저간다고 말씀드리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하늘을 보니 별이 총총 박혀있다. 너무 아름다웠다. 그 옛날 이스라엘에 양을 치던 목자들도 아름다운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을 청했겠지? 그리고 어느날 너무나 밝은 빛에 이끌려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찾아왔었을거다.
1999년도 한 학년 선배들이 수능을 보는 날이었던가? 그날 유성우가 엄청 떨어진다는 뉴스를 듣고 밤에 동생과 이불을 뒤집에 쓰고 나와 별똥별이 막 떨어지는 것을 보고 소원을 빌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집에서 조금 나오니 가로등이 환하게 밝혀져 있어 더 이상 별이 보이지 않는다.
교회 언덕을 오르는 것이 조금 힘들다. 8차항암 막바지라 그런지 체력이 부쩍 떨어졌다.
예배당안으로 들어가니 이른시간인데도 백발이 성성하신 송권사님께서 기도를 하고 계신다. 늘 제일 앞자리에 앉으시는데 아마 새벽기도 오시는 분들중에서 제일 멀리사시는 분인데도 가장 먼저 나와서 기도하시고 성경을 읽으신다. 본의 아니게 엿듣게 되었지만 자녀들과 손자손녀를 위해 하나하나 기도하고 계셨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기도를 받고 자라니 그것보다 든든한 것이 없다는 생각이든다. 기도를 하다가 성경을 펼쳤다. 베드로전서를 읽다가 하나님께서 소망을 하나주셔서 한참 생각하다가 또 성경을 읽다가 하다보니 성도들도 한두분씩 오기 시작하시고 목사님도 들어오신다.

요즈음은 열왕기하로 말씀을 전하시는데 오늘은 히스기야의 기도부분이었다. 히스기야왕이  병들어서 죽게되었다는 말을 듣고 심히 통곡하며 하나님께 자신이 지금까지 하나님앞에 진실과 전심으로 행한 것. 주께서 보시기에 선하게 행한 것을 기억해 달라고 하며 기도하는 장면에서 내가 처음 암확진을 받고 안양에 있는 갈멜산기도원으로 달려가 주님앞에 마음을 토로하며 드렸던 기도가 떠올랐다. 나중에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두손으로 손수건을 눈에 대고 펑펑 울었었는데... 하나님께서는 히스기야왕이 하나님과 다윗을 위했던 것을 기억하시고 기도를 들으셨으며 수명을 십오년이나 연장하셨고 앗수르 왕으로부터 성을 보호해 주셨다. 목사님께서는 물론 이 간절한 히스기야왕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해 주신것이기도하지만 신실하신 하나님의 약속에 따라 자녀들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도 내 기도를 들어주시는 것은 아브라함 할아버지에게 하셨던, 그리고 다윗 할아버지에게 하셨던 약속을 기억하시고 내가 부족하더라도 그 신실하심에 따라 기도를 응답하시는 것이다.

좋으신 나의 하나님. 변치 않으시는 반석이신 주님. 나는 과연 그분께 나의 전부를 드려 주님을 기쁘시게 하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지만 마음을 저울질 하시는 분 앞에서 늘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주님을 향한 나의 마음과 세상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을 저울질 하신다면 어느쪽이 더 기울어져 있을까? 말과 행함이 일치하지 않는 나의 모습을 보고 차라리 입이 없었으면 생각하는 때도 있다. 그런데도 이렇게 주님께서는 나에게 선대하시니 나는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열왕기에는 유대와 이스라엘 역대왕들의 치적이 기록되어 있다. 지금 하늘나라 기록관은 나를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주님앞에 나를 뭐라고 말씀드리고 있을까? 내 생이 끝난 후에는 어떻게 평가되어 질까? 몇일전 다른 동네 교회의 청년이 혈액암으로 소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달전인가 피아노 학원다닐 때 원장선생님으로부터 그 청년도 아프다고 소식을 들었었는데 잘은 모르지만 찬양단으로 섬기기도 했던 권사님의 아들이라고 한다.  군대갔다와서 갑자기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혈액암 말기로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일으켜 주시길 기도했었는데... 소식을 들으며 만약하나님께서 나를 지금 부르신다면 정말 주님앞에 뭐라고 드릴말씀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너 내가 하라는 것은 안하고 뭐하다 왔냐고 물으신다면..
사명을 분명히 알고 주님과 동행하며 순종하며 살아가는 길이 가장 복되고 좋은길이라 확신한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침 없이 곁길로 가지 않고 주님앞에 지조를 지키고 살아가게 해 주시길 기도한다.
아 그리고 새벽기도 말씀을 들으면서 한가지 더 기도했다. 만약 나의 생명이 다하는 날 즈음에 오늘 히스기야에게 알려주셨듯이 그 시간을 나에게 알려주시길... 그래서 너무 갑작스럽지 않게 마음과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가질수 있게 해주시길 기도드렸다.

8차 항암후.
먹는 항암제(임상시험) 계속, 종양크기가 작아진 것 같긴한데 덩어리가 아직 만져짐. 구토 한번, 무기력은 좀 나아짐. 두통. 위장관 쓰림. 발바닥 감각 이상. 발톱과 발뒤꿈치까지 까매짐. 난소기능억제로 인한 갱년기 증상은 계속. 밥은 별로 먹기 싫고 수박과 면을 주로 먹음. 언덕을 오르기가 힘듦. 

댓글 4개:

  1. 은주님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저는 그 중심을 알 수는 없습니다 고통도 매 순간마다 일어나는 공포도 평범한 저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매일 같은 시간에 해가 뜨기 전 일어나 기도를 드리면서 생각합니다 은주님의 또 다른 삶을 보는 날 은주님의 주님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인생이 펼쳐지는 날 아버님도 다른 분들도 주님의 빛을 보게 되실 것이라고 우린 앞날을 모르지만 주님을 믿고 가다 보면 언제나 그 분이 해 주시는 약속이 오후의 햇살처럼 그렇게 빛나고 있지요 날마다 생각해 주시기를 어여뿐 아기와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가진 사람이 환하게 웃고 있는 푸른 들판을 말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다름 이야기는 그렇게 아름다울 것이라고
    기도하는 삶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보다 행복한 날들은 없다고 확신합니다 은주님 가파란 고갯길 넘머 불어올 그 맑고 시원한 주님의 바람을 믿습니다 그 날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하시고 하늘 보고 건강한 웃음 날리시고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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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rian님, 감사합니다. 위로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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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멘...기도대로, 소원하신대로 하루하루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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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감사해요^^이렇게 관심가져주시고 기도해주셔서 정말 힘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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